금정문화회관은 2022년 첫 기획전시로《원더랜드: 당신의 원더랜드를 찾아서》를 4월 8일 금요일부터 6월 3일 금요일까지 개최합니다.
‘2022년 전시공간 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국민체육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저 멀리 이상향을 바라만 보는 ‘유토피아’와는 달리 ‘원더랜드(wonderland)’는 조금은 더 가까운, 상상할 수 있는 “가시적인 이상세계”라는 해석에서 시작하여,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5명(구성연, 노동식, 라오미, 유영운, 한호)의 회화, 조각, 설치, 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의 현대미술작품 35여점을 선보입니다.
전시와 함께 진행되는 상시체험 프로그램으로 프로타주 기법을 이용하여 작품을 따라 만들어 보는 ‘나만의 원더랜드 프로타쥬’ 프로그램과, 전문 전시해설사와 함께 주요작품을 감상하며 작품 속 숨어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작품을 이해하는 전시해설 프로그램 등 전시를 관람하는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됩니다.
평소 어렵게만 느끼던 현대미술을 쉽게 즐기고, 공감하며,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전시회가 되길 기대합니다.
노동식
노동식(1973-)은 ‘솜’을 이용하여, 사라져 가는 유년의 기억을 동화적 상상력으로 지켜나간다. 보편적으로 솜은 가볍고, 따뜻한 작물로 포근한 이미지이다. 솜틀집 아들이었던 작가의 어린 시절 추억이 더해진 솜은 더욱더 따뜻한 기억의 매개체이다. ‘솜’은 평생 솜틀 일을 하신 부모님의 대변자이고, 따뜻한 자식 사랑의 증거물이자, 순박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다.
일련의 개인의 기억과 경험을 소중히 간직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집착이 아니다. 오히려 미래에 지금이 따뜻하게 기억되길 바라는 소망이다. 작가는 행복했던 기억을 오랜 시간 간직하려고, 끊임없이 옛 추억을 회상하며 지금 눈앞에 재현한다.
나오미 Na OMi
나오미(1982-)는 역사의 이야기를 찾아 발견하고, 분석하여 ‘재현된 상상의 서사’를 만들어 과거를 기억한다. 작가는 더 이상 쓸모없어져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기록물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를 다니며 다양한 자료를 수집한다. 그리고 고증과 증사의 과정을 걸쳐 상상력을 더해 연극적 회화를 완성한다.
작가의 이야기는 근현대사에서 시작한다.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변화들이 범람하던 혼돈의 시기가 주요 배경이다. 과거의 장소는 이제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했다. 역사적 공간 위에 작가는 동경해 온 당시 사람들의 사회 문화적 특성을 재현한다. 시공간을 넘어 소멸하는 과거의 현상과 기록 그리고 당시의 사람들을 환생시키는 행위는 기억을 지켜나가는 새로운 ‘환상의 해결책’이다.
구성연
구성연(1970-)은 사탕, 설탕 등의 화학물질로 달콤한 물질문명의 속성을 이야기한다. 현대사회는 ‘물질’이 인류의 지향점이 되었고, 그 폐해가 끊임없이 드러난다. 작가는 대학에서 인도철학을 전공한 영향으로 자본주의 이러한 속성을 달콤한 화학물질에 비유한다.
설탕과 사탕은 인간에게 가장 달콤한 맛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한정된 시간 동안 미각을 황홀하게 자극하다가 곧 사라진다. 자본주의의 환상세계 또한 이와 다름없다. 지금 움켜쥐고 있는 물질이 주는 행복함은 순간 사라지고, 인간의 감정을 덧없게 한다. 그래서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은 최고의 달콤함을 누리는 시간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다.
한호
한호(1972-)는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탐구하고, 민족이 겪은 역사적 아픔을 치유한다. 작가는 한지에 그림을 그리고, 송곳을 이용해 구멍을 낸 뒤, 뒷면에 인공의 빛(LED, 발광다이오드)을 투광하여 작품에 화려한 색을 입힌다. 작가의 흔들리는 감정은 서로 다른 크기의 구멍을 만들어 빛의 크기를 다채롭게 한다. 지속해서 변화하는 여러 색의 빛은 고통, 슬픔, 희망, 치유 등의 복합적인 감상을 일으킨다.
작품에는 21세기의 한반도 상황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열두 제자의 성격과 형상들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다양한 상황을 대변하는 소재들이다. 역사가 만든 아픔의 기억을 무덤덤한 색채로 표현하고, 빛을 더해 역사의 아픔을 치유하는 한호의 작품은,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소망의 결과물이다.
유영운
유영운(1972-)은 매스미디어(mass media)가 만든 시대의 아이콘(icon)을 종이 인쇄물로 재현한 허구적 현실을 만든다. 작품 속 인물은 현대 사회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정치인, 영화 속 영웅(hero)이다. 이들은 불특정 다수에게 대량의 정보가 전달되는 전통적 매체인 매스미디어에 등장하며 대중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미디어는 허구적 아이콘을 지속해서 노출해 무의식적으로 대중에게 기억시킨다. 대중은 비현실적인 형상만으로도 그 이미지와 기표를 일치시켜 아이콘의 인물이 누구인지 확신한다. 작가는 매스미디어가 사실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믿음을 얻는 점을 역설적으로 말하며, 미디어의 신뢰성과 그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